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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취미 발레에서 시선은 왜 중요할까 – 움직임보다 먼저 가는 감각
    발레 테크닉 노트 2025. 4. 10. 17:35

    발레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건 플리에나 팔 포지션이지만, 가장 늦게 깨닫게 되는 건 ‘시선’의 힘입니다.

    저 역시 3년 동안 발레를 배우면서, 어느 순간부터 시선 하나로 동작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팔보다 먼저 가는 시선, 중심을 이끄는 시선, 그리고 에너지를 설명하는 시선.

    처음엔 그저 '아래를 보지 말자' 정도였지만, 이제는 동작이 흐르기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시선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 글은 3년 차 성인 발레러의 시선에 대한 감각적 인식 변화와 테크닉적 통찰을 담은 기록입니다.

    발레에서 시선은 왜 중요할까 – 움직임보다 먼저 가는 감각

    1. 수업 초반, 시선은 늘 '불안'에서 출발했다

    내가 발레를 막 시작했을 때, 시선은 항상 거울에 붙어있습니다.


    지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팔이 틀렸는지, 다리가 덜 뻗었는지...

    사실 그건 동작을 위한 시선이 아니라, 검열을 위한 시선이었습니다.

     

    그 시절 저의 시선은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징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시선은 언제나 불안했고,
    자세는 언제나 흔들렸습니다.

     

    2. 시선이 바뀌자, 중심이 바뀌었다

    수업 중 선생님이 처음으로 제게 했던 말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시선을 어딘가에 ‘그냥 두는’ 게 아니라,
    ‘보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말을 들은 날 이후,
    나는 시선을 ‘기준점’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를르베를 할 때
    나는 항상 발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그날은 시선을 멀리 보내고 올라가 봤습니다.

    그러자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 몸은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이 단순한 진리를,
    3년 차가 되어서야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3. 포르 드 브라에서 팔보다 먼저 가는 건 시선이다

     

    팔을 앞쪽으로 펼칠 때,
    시선이 먼저 공간을 스캔하고,
    그 시선을 따라 팔이 ‘흘러’야 합니다.

     

    처음에는
    팔을 정해진 위치에 ‘배치’했지만,
    지금은 팔을 ‘이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출발은 항상 시선입니다.

     

    📌 시선이 없는 팔은 죽은 팔이다.
    📌 시선이 의도를 담으면, 팔도 의미를 얻게 된다.

     

     

    4. 시선은 수업 내내 움직임을 '말'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건 실제 수업에서 내가 경험한 장면입니다.

     

    ✔ 센터에서 발란세를 연습할 때,
    시선을 아래로 두면 동작이 무너지고,
    시선을 사선 위로 멀리 둔 날은
    동작이 훨씬 가볍고 안정적으로 이어졌습니다.

     

    ✔ 앙오 포지션에서 시선을 손끝에 고정했을 때
    팔은 뻣뻣해졌지만,
    시선을 그 너머 공간에 던졌을 땐
    팔이 길어지고 부드러워졌습니다.

     

    ✔ 턴이 불안정할 때,
    제가 의외로 놓치고 있던 건 '회전의 감각'이 아니라
    시선이 회전을 ‘리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5. 시선은 내 감정과 집중력까지 바꾸었다

     

    발레는 의외로 감정적인 운동입니다.


    어떤 날은 몸이 잘 움직여도 감정이 몰입되지 않고,
    어떤 날은 단순한 동작도 집중감이 폭발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들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선이 살아 있었던 날입니다.

     

    ✔️ 시선을 정확하게 '보낸 날'엔
    동작 하나하나가 흘렀고,
    호흡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 반대로 시선이 흔들린 날은
    동작도 끊기고, 감정도 겉돌았습니다.

     

     

    6. 나는 지금도 수업 중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지?”
    “내가 이 동작에 어떤 감정을 담고 있지?”
    “지금 시선이 공간을 리드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이제는 내 발끝보다 더 중요한 ‘체크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시선은 몸보다 먼저 춤추는 것이다

    발레에서 시선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말하는 언어

     

    시선이 먼저 가고,
    몸이 그 시선을 따라갑니다.

     

    그걸 알고 나서야,
    나는 팔이 길어졌고,
    를르베가 안정됐고,
    동작이 말처럼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발레의 중심은 발바닥이 아니라,
    어쩌면 시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선은 움직임보다 먼저 가는 리듬이자, 나의 감정을 말하는 첫 번째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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